[2018. 05.22] [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8)학교협동조합을 키우자 2020.11.17


학교와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청소년 체인지메이커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사회적경제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사진=협동조합 교육과나눔 제공


강원도교육청, 2015년 교사·학생 대상 협동조합 이해교육
금병초에 전국 1호 초등학교 협동조합 등 8개 학교서 설립
학교와 사회 문제 해결능력 키우는 '체인지메이커'도 양성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4월 이르면 내년부터 희망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제주형 학교 학교협동조합' 설립 추진 의지를 밝혔다. 제주에서도 학교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첫 걸음을 뗀 셈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 설계를 주도하고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활용한 창업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업무협약해 오는 8월까지 '학교협동조합 운영 모델 및 수익구조 발굴 연구용역'도 진행중이라 관심을 모은다.

강원도는 제주보다 앞서 2014년부터 학교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평을 넓히고 있는 지역이다.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대학입시를 위한 경쟁만 강조되는 교육현장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안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한 협동과 상생, 사회성과 경제관념까지 배우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가능성을 본 것이다.

2014년 교육청 정책기획관실에서 사회적경제 교육을 위한 논의를 지속하면서 안팎의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5개 분과가 활동했다. 학교협동조합은 그 중 한 분과로, 사회적경제 교육을 학교교육에 확산시키자는 제안이 나왔고 교육청 내부에서도 생소한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 확산에서부터 시작했다.

강원도에선 2015년부터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교육이 진행되면서 전국 첫 초등학교 학교협동조합이 2016년 춘천 금병초등학교에 설립됐고, 친환경 매점이 문을 열었다.

도의회에서는 관련 예산이 모두 잘려나갔지만 6000만원의 예산으로 민간단체인 지역내 협동조합 교육과나눔과 협업해 2015년 처음으로 10개 학교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와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교육이 진행됐다. 그런 노력으로 2016년 강원도 1호 학교협동조합인 금병초등학교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초등학교 협동조합으로는 전국 첫 사례이기도 했다. 같은해 춘천한샘고 협동조합도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강원도에선 8개 학교에서 협동조합이 설립됐고, 1개 학교가 설립을 진행중이다. 전국에 협동조합을 운영중인 학교가 60곳임을 감안하면 협동조합에 대한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금병초등학교는 농촌지역의 작은 혁신학교다. 협동조합의 설립 취지는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학교를 통해 마을이 성장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었다. 협동조합 설립전 학부모와 교사들이 느끼고 있던 문제는 학교의 지리적 여건으로 한창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만족시킬 간식 구입처가 없었고,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돌봄교실 프로그램 요구에 반해 학교에서는 강사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금병초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던 해 학교안에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비영리 친환경 매점을 개설했다. 춘천두레생협 등에서 친환경제품을 공급받아 학생 조합원이 일정시간 학부모 봉사자와 매점 운영에도 참여해 사회적경제를 체험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관실 김익록 장학사는 "금병초의 경우 학부모 조합원들이 지역의 인적자원을 잘 알고 있어 재능을 가진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학교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귀농귀촌인 중에서 목공예가가 있으면 목공수업을 편성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부모가 수업에 같이 들어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지역 공동체 안에서 교육자원을 찾고, 이를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해가고 있는 것이다.

영월 연당초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은 아로니아를 재배해 열매를 생산해 잼으로 가공·판매도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게 된다.

특성화고인 춘천 한샘고등학교가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배경은 학교 매점에 있었다. 외부에 위탁한 학교 매점에서 수익을 위해 불량식품을 파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학생들에게 이득이 가는 매점의 운영 방향을 고민한 것이다. 협동조합 설립 후 매점에서 과자와 음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수입 중 일부로 학교에 발전기금도 낸다. 협동조합을 구심점으로 수익금을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강원도의 사회적경제교육은 협동조합 설립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양성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부터 강원도교육청,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협동조합 교육과 나눔이 함께 진행하는 청소년 체인지메이커는 학교와 지역사회 안팎의 다양한 문제를 발견하고 자기주도적 학습해결능력을 키우자는 취지의 혁신 교육이다. 2016년 10개교, 50여명에서 2017년에는 33개교, 150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체인지메이커가 진행된 학교에선 학교내 활용도가 낮은 공간을 설치미술공간으로 활용한 사례에서부터 급식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빈그릇 인증샷 올리기, 청소년 비만예방을 위한 학교주변 안전산책로 개발과 점심요가 개설 등 다양한 경제활동 체험으로 연계됐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과다 사용으로 인한 면대면 소통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지원을 받아 반별 보드게임을 설치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활용하고, 전교생이 배드민턴 리그를 실시해 학교 구성원간 친밀도를 높이는 등의 활동으로 이어지는 학교들도 생겨나고 있다.

체인지메이커 활성화를 위한 교사 활동가 양성도 중요한 일이다. 2차례 진행된 체인지메이커 교사 연수후 해당 학교에서 동아리가 구성되고 체인지메이커 학생 캠프에 참여해 강원도 청소년 체인지메이커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처럼 강원도에서의 학교 학교협동조합은 성과를 일궈내고 있지만 처음부터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김익록 장학사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2015년 사회적경제와 학교협동조합 이해교육을 처음 진행할 때만 해도 공모에 신청한 학교는 단 한 곳 뿐이었다.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일일이 학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적경제가 교육과 결합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진 않지만 타 시도의 좋은 사례를 통해 교육청이 안내하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미숙기자



[인터뷰]조경자 청소년사회적경제교육센터장


"학생들의 주도적 참여 통한 성취감 중요"


강원지역에서 2014년 설립된 '교육과 나눔'은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현장 경험을 나누고 가능성을 찾아가기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부설로 운영하는 청소년사회적경제교육센터의 조경자 센터장은 학교 협동조합에 대한 지역의 역량 높이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상임대표도 맡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이랑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판을 만들어 주니 우리가 계속 놀 수 있었고 지역의 사례도 만들어갈 수 있었다"는 조 센터장은 "처음엔 당연히 어설플 수 있지만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동력이 만들어지는데, 그런 점에선 도교육청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했다.

협동조합 이해교육은 초·중·고별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또 개별학교의 다양성과 창의성의 발현에 중심을 두고 이뤄진다. 우리·더불어 함께 공동체의 발견에서부터 마을공동체 안에서 경제 활동하기, 사례와 역사로 풀어보는 협동조합, 게임을 통한 협동의 가치 발견, 성공적인 협동조합 운영을 위한 공감과 소통, 협동조합 모의설립, 지역협동조합 견학 등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편성된다.

"체인지메이커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성취경험들을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성장하는데 적잖은 자산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또 "학교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서 미처 못봤던 자발성이나 주도성을 발견했다고 얘기하는 교사들이 있다. 협동조합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계기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올해 교사를 대상으로 체인지메이커 양성교육을 진행하는데 신청자가 45명이나 몰렸다"고 했다. 의회에서 협동조합 관련 예산은 늘 잘려나가지만 학교 울타리에선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미숙기자